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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줌인] '기황후' 화룡점정 하지원, 천의 얼굴을 갖다
기사입력 2014-04-15 07:15 기사원문 253


[TV리포트=김지현 기자] 배우 하지원의 연기가 정점을 찍었다. 상황에 따른 팔색조 연기로 종영을 향해 달려가는 '기황후'의 힘을 끝까지 지탱시켜주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김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에서는 기승냥(하지원)이 왕자 마하가 왕유(주진모) 사이에서 낳은 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가슴에 묻었던 별이가 적의 자손이라 여기며 견제하던 마하라는 사실에 깊이 오열했다,

그동안 승냥은 마하에 대해 복잡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마하가 연적 타나실리(백진희)의 친자가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권력을 쟁취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마하는 승냥이 타환(지창욱) 사이에서 낳은 또 다른 아들, 아유시리다라와 태자 책봉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였다.

승냥은 정치적 희생냥인 마하를 안쓰러워하면서도 내심 그를 미워하며,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 승냥에게 이 같은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충격일 터. 복잡한 감정을 연기하는 배우의 무게 또한 무거웠을 것이다. 그러나 하지원은 승냥이 마하에게 갖는 미안함, 죄책감, 고마움 등 만감이 교차하는 감정들을 짧은 시간 안에 완벽히 표현했다. 깊은 내공을 짐작할 수 있는 연기였다.

현재 승냥에게는 대승상(김영호)과 황태후(김서형) 단 두 명의 적만 남아있는 상태다. 자신에게 칼을 겨눴던 모든 세력들과 맞서 싸우면서 아군으로 만들거나 제거시키는데 성공했다. 단순한 지략가를 넘어 정치가가 되어가고 있는 것.

하지원은 이 멀고 험난한 이야기를 홀로 책임지며 끌고 오는데 성공했다. 이제 권력의 최정상에 오를 준비 중이다. 실제 역사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한 여인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 이 동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의 공기처럼 와 닿을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하지원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 때문이다.

‘기황후’에는 수많은 배우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들과 대적하는 건 단 한 명, 하지원 뿐이다. 만약 그에게 이 광활한 이야기를 품을 수 없는 힘이 없었다면 드라마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기황후'의 속도는 그 어떤 사극 보다 빠르지만, 하지원은 그 보다 더 빨리 캐릭터를 체화하고 변화시킨다. 매의 눈으로 브라운관을 바라보는 예민한 시청자 보다 한 발 앞선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방송 초반 하지원은 선머슴 같은 성격의 패거리 일당에 불과했다. 왕유(주진모)와의 로맨스에서는 한없이 여리고 순정적인 여인이었다. 그러나 지금 승냥은 모습은 어떠한가. 뼛속까지 정치적인 무서운 인물로 탈바꿈했다. 원나라 귀비의 모습에서 과거 승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놀라운 건 한 번도 어색한 적이 없었다는 것. 하지원의 연기 변화가 극의 흐름과 완벽하게 맞물렸다는 뜻이다.

하지원은 더 진화했다. 주어진 대본에 연기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캐릭터를 리드하고 있다. 그는 '기황후'를 통해 천의 얼굴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이대로의 기세라면 하지원이 도전하지 못할 연기는 없다. 단언컨대 30대 여배우 중 최고다. 하지원 아닌 누가 감히 '기황후'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인가.